- 노인도, 젊은이도 마찬가지.
한여름날의 꿈
때는 작년(’18) 여름이었다.
정말 더운 나날의 연속이었다.
본인은 일을 다녀온 후, 몸 전체가 땀에 흥건히 젖어 있어서 시원하게 씻고 나왔다.
보일러를 끌려고 하는데
(그녀의 집은 보일러를 통해서 온수를 켜고 끌 수 있게 되어있다)
난 소름이 돋았다.
이 한여름에 ‘난방’에 스위치가 맞춰져 있는 게 아닌가.
여기서 잠깐.. 당신이라도 저걸 목격한다면 소름 돋지 않겠는가?
열정과 냉정 사이
본인은 이 상황의 유력한 용의자로 추정되는 그녀에게 바로 물었다.
“할머니! 난방 켜셨어?”
“응”
그래, 용의자는 그녀가 맞았다.
“아니 이 날씨에 무슨 난방이여요 할머니, 허허.”
“몸이 좀 으슬으슬 거려서 켜놨지, 놔둬.”
난 알았다는 말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.
근데 시간이 갈수록, 땀이 나려는 게 아닌가.
(다시 보일러 얘기다. 그녀의 집 보일러는 난방을 켜놓으면 내 방 또한 데워진다)
그날은 바람도 안 불었고, 선풍기만으로 감당이 되는 날씨도 아니었다.
그렇다고 에어컨을 켤 수가 있겠는가. 보일러를 ‘난방’으로 해놨는데 말이다.
열정과 냉정 사이의 상징.
필자는 더위에 정말 취약하다. ‘여름에 씻고 밖에 나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땀이 날 정도’라고 할까. 더운 것보다 차라리 엄청난 한파가 있는 겨울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. 그래서인지 손수건은 내게 참 고마운 물건이다.
온수전용 VS 난방온수
아무쪼록 지금, ‘밖’은 밖인데 화장실 밖이자 집이지 않은가,
에어컨이라도 틀며 시원하게 있어야 될 마당에 보일러라니.
본인은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난방을 꺼버렸다.
그리고 한 시간 정도 됐으려나? 그녀가 화장실에 가려고 나오다가 혼잣말을 하는 게 아닌가.
자세히는 못 들었지만 이 말은 똑똑히 들었다.
"얼어죽으면 어쩌려고
이래서 노인네는
젊은 애랑 살면 안된다니까.."
이번이 아닌, 예전에도 저 말을 하셨던 거 같은데 그때는 잘 기억이 안 난다.
아무튼 요즘 그녀가 세대간 격차를 느낄 때, 서운할 때 쓰는 단골 멘트 중 하나다.
역지사지, 본인은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았다.
하나는, 내가 만약 그녀의 입장이었다면 조금 춥다고 한들, 젊은 손주를 위해 난방까지 켜진 않았을 것이다.
다른 하나는, ‘얼마나 추웠으면’이다. 그 여름 그 당시, 더운 건 누구나가 다 안다. 그녀를 포함해서.
내가 그녀 입장이었을 때 정말 '얼어죽을 만큼' 버티기 힘들었다면 나라도 ‘그 스위치’에 손을 댔을 것이다.
그렇다면 승자는
끝끝내 그날 보일러 스위치는 '난방'으로 다음 날 새벽까지 돌아갔다.
그렇다. 훈훈함(난방)을 좋아하는 그녀가 승리한 것이다.
올 여름, 또 난방으로 인해 난 방에 갇히게 될지, 기대 아닌 기대가 되는 지금이다.
사족: 어쩌면 훈훈함과 차가움의 기호는 성격과도 관계가 밀접한 것 같다.
차가운 걸 좋아하는 내가 불친절하며 차갑듯이.
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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